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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있거나 아리송한, K-드라마 영어 제목들

Jun 1, 2025 지혜 & Ian

생활 속의 영어 공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미드를 봅니다. 미드를 보는 것 만큼 좋은 영어 공부 방법 중에 한국 드라마를 영어 자막을 켜고 보는 방법도 있다는 것, 알고 있었나요?

K-드라마들의 엄청난 인기로 인해 요즘 넷플릭스의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 영어 자막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영어 자막과 함께 보면서, "이런 표현들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될까?" 생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영어 자막을 켜기 전에 오늘은 한국 드라마의 영어 제목들(English titles of K-Dramas) 을 먼저 살펴볼게요.

종종 K-드라마를 사랑하는 외국 친구들이 "너 이런 이런 한국 드라마 봤어?"라고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처음 들어보는 제목인데 나중에 찾아보면 "아... 이게 이거였어? 어쩜 영어 제목이 한국어 제목이랑 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이마를 치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센스 있거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한국 드라마의 영어 제목들. 한번 살펴볼까요?


1. 폭삭 속았수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모두의 마음을 울렸던 우리의 '폭삭 속았수다'. 한국어 제목이지만 한국어 제목 번역이 먼저 필요한데요. ㅎㅎ 제주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너무 딱 맞는 제목이죠. 정말 우리의 모든 애순이와 관식이, 그리고 금명이들... 수고 너무 많았어요. ㅠㅠ

'폭삭 속았수다'의 영어 제목은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입니다.

뜬금없죠. '인생이 너에게 귤을 줄 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한국어 제목과 전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제목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너무나도 멋진 영어 제목이에요.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라는 영어 속담을 따온 제목인데요,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라는 뜻을 담고 있는 속담이에요. 여기서 레몬은 노랗고 예쁜 그런 과일의 의미가 아니라 시고 쓰고 먹으면 저절로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인생의 시린 고통을 의미해요. 누구에게도 인생에는 고통이 오지만, 고통받고 포기하지 마세요. 쓰고 신 레몬으로 달달하고 시원하고 마시면 저절로 기분까지 좋아지는 레모네이드를 만드세요. 인생의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는 멋진 영어 속담입니다.

여기서 드라마가 펼쳐지는 배경인 제주도의 상징을 한껏 살려서 레몬(Lemon) 대신 귤(Tangerine) 을 써서,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라는 영어 제목이 탄생했어요. 귤처럼 레몬에 비해 약간은 덜 쓴 인생의 고난이길 바라고 응원하게 되는 ㅎㅎ 그리고 드라마의 원 제목 의도와 비슷하게 맞는, 인생에 고난이 오겠지만 그래도 잘 버텨 나가 보자... 참 고생 많았다는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싱그러운 귤이 가득한 제주의 멋진 풍경까지 한눈에 그려집니다.

2.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Something in the Rain.

너무 오래된 드라마를 가지고 왔나요? ㅎㅎ 손예진이 너무 예쁜, 그리고 손예진과 정해인의 스크린 속 케미 가 폭발했던 (on-screen chemistry)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아마도 처음 영어 제목을 보고 가장 어안이 벙벙했던 한국 드라마가 바로 이것일 것 같아요.

자, 한국어 제목 번역을 시작합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 영어로 번역해 보면 'A pretty older sister who buys me meals well...' 아... 너무 이상합니다. 서양권의 문화로는 절대 이해 안 될 것 같은 제목이죠. 일단 'older sister'로는 누나의 느낌을 절대 살릴 수가 없네요... 드라마의 아름답고 예쁜 사랑을 제목에서 바로 왜곡시켜 버리는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느껴집니다. 왜 영어 제목이 'Something in the Rain'(빗속의 무언가)이 됐는지. 진아와 준휘의 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비 오는 날의 우산 아래에서 영화처럼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보고 나면 생각하게 됩니다. 빗속에 분명 뭔가가 있었다. ㅎㅎ

3. 사이코지만 괜찮아. It's Okay to Not Be Okay.

언뜻 보면 비슷한 제목 같지만, 한국어가 훨씬 더 매운맛이고, 영어 타이틀은 더 순한 맛이죠. 'It's Okay to be a Psycho(path)'. 영어로 사이코를 직접 써 놓고 보니 좀 무섭네요... 그래서 훨씬 더 부드럽게 의역해 놓은 영어 제목입니다. "It’s Okay to Not Be Okay"(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

한국어와 비슷하게 영어로도 사이코(psycho)사이코패스(psychopath) 라는 단어가 둘 다 사용됩니다. 사이코패스는 보다 병적/임상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반면, 사이코는 미친 사람을 뜻하는 속어(슬랭)으로 사용돼요 ("My ex went psycho when I broke up with them!" - "전 애인, 내가 이별 통보하니까 완전 정신 나갔어!"). 그러나, 이 두 단어 모두 가볍게 사용되는 표현이 아니므로,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psycho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경멸적인 표현(derogatory term) 으로도 사용되므로, 요즘은 더더욱!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4. 정숙한 세일즈. The Virtuous Business.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정숙한 세일즈'를 하는 이 드라마.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게 뜻이 통하는 영어 제목처럼 보여요. Virtuous'고결한, 덕 있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고결한 비즈니스'(The Virtuous Business) - '정숙한 세일즈'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지만, 영어 제목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죠. 바로 주인공의 이름 또한 '정숙'이라는 중의적인 표현(double meaning) 을 영어 제목에서는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 이름과 비슷한 영어 단어를 찾기 참 어렵죠. ㅎㅎ

이중적인 의미의 제목을 가지고 있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예를 굳이 찾아보자면, ㅎㅎ 젊은 맷 데이먼의 영화 'Good Will Hunting'이 떠오르네요. Will Hunting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좋은 사람이라는 뜻과, 인생의 의미와 선한 의도(Good Will)찾아 나선다(Hunting) 는 뜻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멋진 제목입니다.

5. 지금 우리 학교는. All of Us Are Dead.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한국어 제목에 비해 훨씬 더 직접적인 영어 제목! 한국어 제목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에서 무언가 벌어졌음을 암시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죠. 하지만 영어 제목은… 정말 핵직구 그 자체입니다! " All of Us Are Dead"(우리 모두 죽었다) .

한국어 제목만 봐서는 "응? 학원물인가? 청춘 드라마?" 할 수도 있지만, 영어 제목을 보면 "아, 이거 좀비물인가?" 하고 바로 감을 잡게 해 주죠.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의 장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아주 직접적이고 강렬한 영어 제목입니다.


이렇게 비슷한 듯 다른 듯, 아니면 정말 대놓고 다른 한국 드라마의 영어 제목들, 어떠셨나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감성과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때로는 더 직접적이게, 때로는 더 부드럽게 변화한 영어 제목들을 보며 "나 같으면 어떻게 영어로 표현했을까?"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K-드라마를 보다가 더 재미있는 영어 제목들을 발견하셨다면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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