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인연, 정. 간단한 단어 속에 오묘하고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정말 한국적인 표현들이죠ㅎㅎ
한국 문화의 깊은 곳에 자리한 복합적인 감정과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이런 표현들은, 영어 단어 하나로 옮기기가 정말 어려워요.🤔
이런 단어들을 외국 친구들에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던 적 있으셨던 분!!✋
번역했을 때에 전해지지 않는 고유의 한국적인 정서 때문에 종종 한국어 단어 그대로 영어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사용되곤 한답니다.
Apple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님의 소설 파친코의 한 단락입니다.
Though he spoke Japanese and Korean proficiently, he spoke both languages with an American accent. In addition to his size, his mannerisms were distinctly foreign. John liked to tease people he didn't know well, and if something was funny, he laughed louder than most. If it hadn't been for his patient Korean wife, who possessed masterful noonchi and was able to explain to others tactfully that John just didn't know any better, he would have gotten into trouble far more often for his many cultural missteps.
그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지만, 두 언어 모두 미국식 억양으로 말했다. 그의 체격 외에도, 그의 몸짓과 행동은 확연히 외국인 같았다. 존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짓궂게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크게 웃었다. 만약 그의 참을성 있는 한국인 아내가 아니었다면, 그는 수많은 문화적 실수로 인해 훨씬 더 자주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능숙한 눈치를 가지고 있었고, 존이 단지 더 나은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재치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눈치'라는 단어를 영어단어로 표현하지 않고 한국어 그대로 'noonchi'로 표현하고 있어요.👀
'눈의 기세'를 뜻하는 '눈치(眼勢)'는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주어진 상황을 언어적 표현 없이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말하죠. 단순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을 넘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는 센스나 재치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에요. 개념적으로 서양권에서 가장 가깝게 비유될 수 있는 개념은 Emotional Intelligence(감성 지능)라고 할 수 있을거예요.
눈치는 하나의 영어 단어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눈치'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들을 중심으로 문맥에 따라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면 좋을지 살펴볼게요.
1. "눈치가 빠르다."
He has great social awareness and immediately knew it wasn't the right time to bring up the issue.
(그는 사회적 인식이 뛰어나서, 그 문제를 꺼내기에 적절한 때가 아님을 즉시 알았다.)She's very perceptive and could tell that her friend was upset, even though she was smiling.
(그녀는 매우 통찰력이 있어서, 친구가 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As soon as he entered, he could read the room and adjusted his tone accordingly.
(그는 들어오자마자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톤을 조절했다.)She's quick to take a hint; you only need to say things once.
(그녀는 눈치가 빨라서 한 번만 말하면 된다.)His intuition told him something was wrong.
(그의 직감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었다.)
2. "눈치가 없다."
Joking about her ex-boyfriend right in front of her was completely tone-deaf.
(그녀 바로 앞에서 전 남자친구에 대해 농담한 것은 정말 눈치 없는 행동이었다.)He is so clueless; he continued to talk loudly even after seeing the "Quiet Please" sign.
(그는 정말 눈치가 없다. "조용히 해주세요" 표지판을 보고도 계속 큰 소리로 떠들었다.)You really can't read the room, can you? Everyone was clearly uncomfortable with that topic.
(넌 정말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구나, 그렇지? 모두가 그 주제에 대해 불편해하는 게 명백했잖아.)It was incredibly tactless of him to ask about her salary during dinner.
(저녁 식사 중에 그녀의 연봉에 대해 물어본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치 없는 행동이었다.)She lacks social awareness and often says things that make people awkward.
(그녀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서 종종 사람들을 어색하게 만드는 말을 한다.)
3. "눈치를 보다."
Everyone was walking on eggshells around the boss after the deal fell through.
(그 거래가 무산된 후, 모두가 상사 주위에서 살얼음판을 걷듯 눈치를 봤다.)I spent the whole meeting trying to gauge my client's reaction before making a proposal.
(나는 회의 내내 제안을 하기 전에 고객의 반응을 살폈다.)He kept glancing at his wife, trying to read her signals to see if he should share the story.
(그는 그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내의 신호를 읽으려고 계속해서 그녀를 힐끗거렸다.)We have to be mindful of the professor's mood before asking for an extension.
(우리는 마감 연장을 요청하기 전에 교수님의 기분을 살펴야 한다.)She was careful not to overstep, constantly checking if her comments were welcome.
(그녀는 자신의 발언이 환영받는지 계속 확인하며,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했다.)
다음은 유태오, 그레타 리 배우님의 잔잔한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Past Lives<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이에요.
There is a word in Korean. In-Yun.
한국에는 '인연'이라는 말이 있어요.
It means "providence". Or... "fate".
'섭리'나 '운명'이라는 뜻인데
But it's specifically about relationships between people.
특히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말이에요.
I think it comes from Buddhism and reincarnation.
아마 불교의 환생 사상에서 온 말일 거예요.
It's an In-Yun if two strangers even walk by each other in the street and their clothes accidentally brush.
모르는 사람끼리 길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해요.
Because it means there must have been something between them in their past lives.
전생에 분명 무슨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If two people get married, they say it's because there have been 8,000 layers of In-Yun over 8,000 lifetimes.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되면,8천 번의 생을 거쳐 8천 겹의 인연이 쌓인 결과라고들 하죠.
비슷하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그대로 'In-Yun'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영화의 제목인 Past Lives(전생)와도 연관된 중요한 개념이죠.
그레타 리 배우님의 '인연'에 관한 대사에 이미 적절한 영어 표현이 담겨있어요. Providence(섭리) 또는 fate(운명).
'인연(因緣)'은 불교에서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因)과 그것을 돕는 조건(緣)이 있다는 사상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단순히 사람을 만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운명적인 끈을 의미하죠. 좋은 만남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짧은 만남, 그리고 심지어는 악연까지도 모두 인연이라고 하죠.
눈치와 마찬가지로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연, 다양한 상황별로 살펴볼게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There's a saying that even a brief encounter, like two people's clothes brushing on the street, is a form of In-Yun (a fateful connection)."
"It means that even the slightest connection with a stranger is considered a meaningful tie from a past life."
"우리는 인연인가 봐요."
"I think we're meant to be."
"It feels like fate that we met."
"그 스승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을 바꾼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My encounter with that teacher was afateful connection that changed my life."
"Meeting my mentorwas a destiny that put me on a whole new path."
"그 사람과는 정말 끔찍한 악연으로 얽혔어."
"I'm tangled up with him in aterrible twist of fate."
"It's like we share acursed connection."
다음은 넷플릭스 영화 'To All the Boys: P.S. I Still Love You<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의 한장면이에요.
There's a Korean word my grandma taught me.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한국어 단어가 있어.
It's called jung.
'정'이라고 해.
It's the connection between two people that can't be severed.
두 사람 사이에 절대 끊어낼 수 없는 연결고리 같은 거야.
Even when love turns to hate, you will always have tenderness in your heart for them.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엔 그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항상 남아있게 되는거야.
영화에서 표현된 것 처럼, '정'은 단순히 사랑이나 애정을 넘어 오랜 시간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쌓이는 끈끈하고 따뜻한 유대감을 의미해요.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친구, 이웃,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이나 자주가던 장소, 심지어 싫어하거나 갈등을 겪는 상대에게조차 갖게되고, '우리'라는 집단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까지도 복합적으로 나타내는 '정'. 이렇듯, 다양한 상황에 따라서 영어로 설명할 수 있어요.
A deep, emotional connection that develops over time -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깊은 감정적 유대감"
- The ties that bind people together, even through hardship-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사람들을 함께 묶어주는 끈"
A feeling of fondness and loyalty that can include both love and hate - "사랑과 미움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애정과 의리"
- A unique Korean sense of community and warmth - "한국 특유의 공동체 의식과 따뜻함"
영어로 가장 근접한 단어들은:
Attachment: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되어 쉽게 끊어지지 않는 '애착'을 의미하며, '정'의 핵심적인 부분을 잘 설명해요.
Affection: '애정'이라는 뜻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감정을 표현할 때 적합해요.
Bond: 사람들 사이를 묶어주는 '유대감'이나 '연결고리'를 의미해요.
Connection: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연결'을 포괄적으로 나타내요.
상황별 표현을 살펴볼까요?
"우리 사이엔 깊은 정이 있어요."
"We share a deep bond (or connection)."
"그 사람에게는 유독 정이 가요."
"I have a real soft spot for him/her."
"그 사람에게 점점 정이 들고 있어요."
"I'm really growing fond ofhim/her."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떠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It was a short time, but I've grown soattached to the people here that it's hard to leave."
"옆집에서 김치를 너무 많이 담갔다며 한 통 가져다주셨다. 아직 우리 동네엔 정이 살아있다."
"My neighbor brought over a container of kimchi, saying she made too much. That sense ofcommunity warmth is still alive in my neighborhood."
"그와는 비록 많이 다퉜지만 미운 정이 들었다."
"Although we fought a lot, I've developed a complicated sense of attachment to him."
"그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라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지 않아."
"He is so calculating; there's no sense ofhuman warmth or connection coming from him."
✚보너스!🙌
요즘 대세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서 막내와 후배를 번역 없이 한국어 그대로 maknae, hoobae로 표현했어요. 두 표현 모두 한국의 서열 및 관계 문화를 잘 보여주는 단어들이라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그대로 사용되었죠.
막내는 'the youngest'로 영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넘어 귀여움과 애정을 받는 존재라는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 'the baby of the family,' 'the baby of the group'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답니다.
후배는 'junior'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러나, 미국에서는 'junior'가 '대학교 3학년'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해서 (대학교 1, 2, 3, 4학년: freshman, sophomore, junior, and senior) 후배의 의미를 풀어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He went to the same university as me, but started a few years later" (저랑 같은 대학을 나왔는데, 몇 년 뒤에 입학했어요) 처럼요.
'언어는 문화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죠. 언어는 단순히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치관, 사고방식 등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보여준답니다.
특정 언어에만 존재하는 단어나 표현들을 살펴보면,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어요.
영어공부를 통해서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새로운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기를, 데일리 토끼가 응원할게요!🐰